이혜안

『코리아 2.0 레볼루션』 기적이 아니다, 피나는 노력이다.

한강의 기적을 기적이 아닌 방법으로 읽는 책. 결핍의 연금술, 추격에서 선도로, 연결축 국가라는 세 기둥과 그 책이 같은 무게로 적어 둔 그늘까지

『코리아 2.0 레볼루션』 기적이 아니다, 피나는 노력이다.

『코리아 2.0 레볼루션』 기적이 아니다, 피나는 노력이다.

1960년 무렵, 한국 사람 한 명이 일 년 동안 번 돈은 100달러가 채 되지 않았어요.
석유 한 방울, 변변한 광물도, 종잣돈도 없던 나라.
오늘날에는 3만 달러를 넘어요.
60여 년 만에 수백 배.
흔히 한강의 기적이라 부르는 이야기입니다.

퍼블리셔 여름이 펴낸 『코리아 2.0 레볼루션』은 그 단어를 가려두고 새롭게 정의하는 책이에요.

「기적이라는 말은 편하다. 설명할 수 없는 일에 붙이는 이름이기 때문이다.」

기적이라 부르는 순간 멈추게 된다는 것.
게다가 기적은 다시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

방법.
우연이 아니라 설계였다면, 지금도 이어 갈 수도 있으니까요.
책은 그 방법을 세가지 축으로 세웁니다.

『코리아 2.0 레볼루션』 종이책이 놓인 거실 협탁

첫 번째 기둥, 결핍의 연금술

자원도 자본도 없고 전쟁으로 모든 것을 잃은 나라.
망했어야 할 바로 그 조건이 오히려 엔진이었다는 역설.
저자가 붙인 이름은 결핍의 연금술.

가장 선명한 장면은 1960년대 김포의 활주로.
난생처음 비행기에 오른 청년들은 독일 탄광의 광부가, 처녀들은 독일 병원의 간호사가 됩니다.
가족들은 활주로가 보이는 난간에 매달려 손을 흔들었고요.

숨이 막히는 갱도에서 석탄을 캐고, 낯선 언어로 환자를 옮기며 임종을 지킨 사람들.
그들은 번 돈을 거의 쓰지 않았어요.

「머나먼 타국에서 흘린 땀이, 봉투에 담겨 바다를 건너 고향으로 흘러들었다.」

동생의 학비와 부모의 약값이 될 돈.
그 돈이 모이고 모여 공장을 짓고 기계를 들여올 종잣돈이 됐어요.
팔 것이라곤 사람의 노동밖에 없던 나라가 그 노동을 가장 높은 값에 팔 길을 찾아 쉬지 않고 올라간 이유.
1970년대 섭씨 50도를 넘나드는 중동의 건설 현장도, 1997년 겨울 은행 앞의 금붙이 줄도 이 기둥 위에.

펼친 『코리아 2.0 레볼루션』 본문과 오커 머그

두 번째 기둥, 추격에서 선도로

오랫동안 한국은 남이 먼저 닦은 길을 가장 빠르게 달리는 추격자였어요.
'메이드 인 코리아'는 싸지만 고장이 잘나는 물건의 표시였죠.

값으로만 싸우면 언제든 더 싼 나라에 밀린다는 걸 깨달은 기업들은 품질에 매달렸죠.

어떤 기업은 품질이 떨어지는 자사 제품을 직원들이 보는 앞에서 무더기로 부수거나 불태웠어요.

「우리 손으로 만든 불량품은 곧 우리의 수치라는 것을, 온몸으로 새기게 한 것이다.」

품질로 올라서자 한국은 비로소 자기 값을 스스로 매기게 돼요.
그리고 어느 순간 방향이 뒤집혀요.
남의 기준을 따라가던 나라가, 세계가 따라 하는 노래와 화장법과 메모리 반도체를 내놓는 나라로.
저자는 이 전환을 1987년과도 묶어요.
시민의 힘으로 대통령 직선제를 연 그해.
잘사는 것과 자유로운 것을 거의 같은 시기에 손에 넣었기에, 남의 답을 넘어서는 자기 질문이 자랄 수 있었다는 해석.

소파에서 『코리아 2.0 레볼루션』을 읽는 손

세 번째 기둥, 연결축 국가

유럽의 들판을 달리는 한국산 전차와 자주포.
스스로 개발한 초음속 전투기, 외국에 지어 주는 원자력 발전소.
세계의 데이터센터와 스마트폰을 돌리는 메모리, 인공지능이 요구하는 고대역폭 메모리.
저자는 오늘의 한국을 연결축 국가라 불러요.
가장 크지도, 가장 강하지도 않지만 세계의 핵심 부품과 여러 나라의 안보가 거쳐 가는 이음매.

「강대국은 아니지만, 누구도 빼놓을 수 없는 나라.」

그 자리는 기회이면서 긴장이에요.
한쪽을 택하면 다른 쪽이 등을 돌리고, 어느 쪽에도 서지 않으면 양쪽 모두에게 의심받는 자리.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주는 나라가 된 경험이 그 줄타기에서 중재자의 말에 무게를 싣는다는 게 책의 제안이에요.

『코리아 2.0 레볼루션』 전자책 화면

정서로 설명하는 대목의 한계

한(恨)과 정(情)과 흥, 그리고 '빨리빨리'.
이 책은 한국의 속도를 정서로 풀어내는 대목이 적지 않아요.
상처를 연료로 바꾸는 한, 위기 앞에서 사람들을 묶는 정.
읽는 맛은 크지만 검증된 원인이라기보다 해석의 틀에 가까워요.

저자도 그 선을 압니다.
부지런함만으로는 절반의 대답이라고, 금 모으기 하나로 나라가 살아난 것은 아니라고 스스로 적어 둘 정도.

책의 마지막 부는 통째로 '미완의 혁명'이에요.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의 출산율, 지친 사회, 갈라진 마음, 휴전선 너머의 미지수.
세 기둥을 세운 바로 그 책이 같은 무게로 그늘을 적어 둔 셈이에요.
자부심만 기대하고 펼친 독자에게 후반부는 불편한 거울입니다.

펼친 『코리아 2.0 레볼루션』과 에메랄드 펜 케이스

이 책을 건네고 싶은 사람

  • 반도체와 케이팝을 따로가 아니라 한 줄기의 역사로 꿰어 보고 싶은 분
  • 부모 세대가 건너온 1960~90년대를 이야기로 듣고 싶은 분
  • 한국 산업의 다음 수를 사업과 투자의 눈으로 가늠해 보려는 분
  • 외국에서 온 동료나 친구에게 한국을 한 권으로 설명하고 싶은 분

대통령이나 기업 총수의 결단을 따라가는 평전을 찾는다면 결이 달라요.
이 책의 주인공은 이름 없는 사람들, 그리고 '한국'이라는 한 인물입니다.

오디오북 『코리아 2.0 레볼루션』

제작은 스튜디오 여름

낭독은 여름의 AI 성우 정우빈.
밀리의서재에서 『코리아 2.0 레볼루션』 검색, 또는 퍼블리셔 여름 홈페이지에서 들을 수 있습니다.

『코리아 2.0 레볼루션』 오디오북을 듣는 손

1960년의 100달러에서 출발한 책은, 마지막에 독자에게 질문 하나를 건넵니다.
세계를 이끄는 자리에 선 이 나라는, 이제 어디로 가야 하는가.
그 질문이 궁금하다면 금반지의 줄과 한 곡의 춤 사이를 묻는 프롤로그부터.

www.yeoreum.co.kr 에서 『코리아 2.0 레볼루션』을 만나보세요.

이 글과 함께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