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 Drop of Diagnosis
한 방울의 진단
증상보다 먼저 도착한 피 한 방울, 그 앞에서 저울을 읽는 법.
A drop of blood that arrives before the symptom, and how to read the scale it sets in front of you.
96쪽·전자책·오디오북·₩11,900부터
미리 만나보기
Author · Listen · Read"인간이 자기 몸을 아는 시간의 순서가 바뀌는 사건이다."
수린(SURIN)은 퍼블리셔 여름의 사이언스 시그니처를 맡은 필명이다. 몸과 뇌와 생명의 과학을 일상의 감각과 연결해 읽어내며, 의학의 최전선을 따뜻하고 정확한 문체로 풀어낸다. 이 책에서 그는 새 기술을 소개하는 대신 그 기술이 만들어 내는 저울을 재는 쪽을 택했고, 아직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적는 절제를 끝까지 지킨다. 같은 시그니처의 『꿈의 한 알』이 치료의 전선을 다룬다면, 이 책은 그보다 앞선 진단의 자리에 선다.
- 프롤로그. 아직 아프지 않은 몸
- 1장. 죽은 세포가 남긴 편지
- 2장. 산전검사가 엄마의 암을 발견한 날
- 3장. 한 방울로 오십 종을 가려내는 법
- 4장. 암은 하나가 아니다
- 5장. 암이라는 진화
- 6장. 민감도와 특이도라는 저울
- 7장. 종양이 아닌 신호
- 8장. 최초의 대규모 실험이 말한 것
- 9장. 일찍 찾는 것과 오래 사는 것
- 10장. 검진의 부서진 약속들
- 11장. 치료가 준비되지 않은 발견
- 12장. 거짓 안심의 위험
- 13장. 재발을 지키는 감시자
- 14장. 불안의 값


소장하기
Purchase잉글랜드의 어느 지역, 슈퍼마켓 주차장 한켠에 세워진 이동식 채혈 차량 안. 쉰이 넘은 한 사람이 소매를 걷는다.
아픈 데는 없다. 기침도, 통증도, 이유 없이 살이 빠지는 일도 없었다. 그가 이곳에 온 것은 몸이 보낸 신호 때문이 아니었다. 우편으로 온 초대장 한 통이 그를 불렀다. 간호사가 튜브 두 개를 채운다.
붉은 피가 유리벽을 타고 오른다. 몇 분이면 끝나는 일이다. 튜브에는 이름 대신 번호가 붙고, 그날 저녁 냉장 상자에 담겨 실험실로 떠난다. 그는 반창고를 붙이고 차에서 내려 일상으로 돌아간다.
장을 보고, 손주의 전화를 받고, 며칠이 지나면 채혈한 사실조차 잊는다. 그의 하루에는 아무것도 달라진 것이 없다. 그의 피가 향한 곳에서는 다른 일이 벌어진다.
기계가 튜브 속 액체에서 유전자 조각을 걸러낸다. 살아 있는 세포가 아니라 죽은 세포가 남긴 부스러기다.
몸은 매일 수백억 개의 세포를 버리고 새로 만든다. 버려진 세포들은 저마다 자기 설계도의 조각을 혈류에 흘려보낸다. 대부분은 정상 세포의 것이다. 그러나 어딘가에 종양이 자라고 있다면, 그 종양도 자기 조각을 같은 강물에 흘려보낸다. 실험이 찾는 것은 바로 그 낯선 조각이다.
잉글랜드의 어느 지역, 슈퍼마켓 주차장 한켠에 세워진 이동식 채혈 차량 안. 쉰이 넘은 한 사람이 소매를 걷는다. 아픈 데는 없다. 기침도, 통증도, 이유 없이 살이 빠지는 일도 없었다.
그가 이곳에 온 것은 몸이 보낸 신호 때문이 아니었다. 우편으로 온 초대장 한 통이 그를 불렀다. 간호사가 튜브 두 개를 채운다.
붉은 피가 유리벽을 타고 오른다. 몇 분이면 끝나는 일이다.
튜브에는 이름 대신 번호가 붙고, 그날 저녁 냉장 상자에 담겨 실험실로 떠난다. 그는 반창고를 붙이고 차에서 내려 일상으로 돌아간다. 장을 보고, 손주의 전화를 받고, 며칠이 지나면 채혈한 사실조차 잊는다. 그의 하루에는 아무것도 달라진 것이 없다. 그의 피가 향한 곳에서는 다른 일이 벌어진다.
기계가 튜브 속 액체에서 유전자 조각을 걸러낸다. 살아 있는 세포가 아니라 죽은 세포가 남긴 부스러기다. 몸은 매일 수백억 개의 세포를 버리고 새로 만든다. 버려진 세포들은 저마다 자기 설계도의 조각을 혈류에 흘려보낸다.
대부분은 정상 세포의 것이다. 그러나 어딘가에 종양이 자라고 있다면, 그 종양도 자기 조각을 같은 강물에 흘려보낸다. 실험이 찾는 것은 바로 그 낯선 조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