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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로에서 길을 찾지 않는 법클라라 페이지

Not Finding the Way Out

미로에서 길을 찾지 않는 법

보르헤스의 열두 단편으로 읽는, 답이 없는 시대를 사는 기술.

Twelve Borges stories, read as a manual for an age without answers.

98쪽전자책오디오북₩11,900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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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많은 길이 동시에 열려 있어서 길을 잃는다."

고전 문학 속 인물과 문장을 섬세하게 읽어내며, 오래된 이야기가 오늘의 마음에 닿는 지점을 문학적이고 감성적인 문체로 풀어낸다. 이 책에서는 20세기 환상문학의 대표자 보르헤스가 「픽션들」에 남긴 열두 편의 상상을, 작품명을 직접 밝히지 않은 채 정보 과잉 시대의 일상으로 옮겨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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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롤로그: 미로의 입구에서
  • 제1부. 세계라는 도서관
  • 제1장. 모든 책이 있는 도서관에서 아무것도 찾을 수 없다면
  • 제2장. 존재하지 않는 백과사전
  • 제3장. 원본 없는 번역
  • 제2부. 갈래 길 위의 선택
  • 제4장. 모든 길을 동시에 걷는 사람
  • 제5장. 복권이 세계를 지배한다면
  • 제6장. 어제의 내가 오늘의 나를 배신할 때
  • 제3부. 기억이라는 감옥
  • 제7장.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의 비극
  • 제8장. 꿈꾸는 자와 꿈꿔지는 자
  • 제9장. 흉터는 누구의 이야기를 말하는가
  • 제4부. 미로를 사랑하는 법
  • 제10장. 끝나지 않는 이야기의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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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 평생 소장₩11,900ISBN 979-11-24259-5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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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미로의 입구에서

어린 시절, 놀이공원의 거울 미로에 들어간 적이 있다. 입구에서 오백 원짜리 동전을 내고, 형광등이 깜빡이는 좁은 통로로 발을 디뎠다.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왼쪽에도, 오른쪽에도, 앞에도 있었다. 처음에는 재미있었다. 손을 흔들면 수십 명의 내가 동시에 손을 흔들었다. 혼자인데 혼자가 아닌 것 같은 기분. 그러다 출구가 보이지 않자 웃음이 멈췄다.

코를 거울에 부딪쳤다. 분명 통로인 줄 알았는데 벽이었다. 뒤돌아가려 했지만 어디서 왔는지도 헷갈렸다. 거울 속의 나와 진짜 나 사이의 구분이 흐려졌다.

결국 울음을 터뜨렸고, 직원 아저씨가 손을 잡고 꺼내줬다. 밖에 나와서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한참을 울었다. 서른다섯이 된 지금, 나는 매일 그 미로 안에 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스마트폰을 집어 든다. 뉴스 알림이 열두 개, 메일이 스물세 통, 메신저가 쉰일곱 개.

출근길에 팟캐스트를 틀면 한 전문가는 지금 당장 투자하라고 하고, 다른 전문가는 절대 손대지 말라고 한다. 밤에 잠자리에 누우면, 온종일 쏟아진 정보들이 머릿속에서 회전목마처럼 돌아간다. 모든 방향에 길이 있는 것 같은데,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지 모르겠다. 어린 시절, 놀이공원의 거울 미로에 들어간 적이 있다. 입구에서 오백 원짜리 동전을 내고, 형광등이 깜빡이는 좁은 통로로 발을 디뎠다.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왼쪽에도, 오른쪽에도, 앞에도 있었다. 처음에는 재미있었다. 손을 흔들면 수십 명의 내가 동시에 손을 흔들었다. 혼자인데 혼자가 아닌 것 같은 기분.

그러다 출구가 보이지 않자 웃음이 멈췄다. 코를 거울에 부딪쳤다. 분명 통로인 줄 알았는데 벽이었다.

뒤돌아가려 했지만 어디서 왔는지도 헷갈렸다. 거울 속의 나와 진짜 나 사이의 구분이 흐려졌다.

결국 울음을 터뜨렸고, 직원 아저씨가 손을 잡고 꺼내줬다. 밖에 나와서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한참을 울었다. 서른다섯이 된 지금, 나는 매일 그 미로 안에 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스마트폰을 집어 든다. 뉴스 알림이 열두 개, 메일이 스물세 통, 메신저가 쉰일곱 개.

출근길에 팟캐스트를 틀면 한 전문가는 지금 당장 투자하라고 하고, 다른 전문가는 절대 손대지 말라고 한다. 밤에 잠자리에 누우면, 온종일 쏟아진 정보들이 머릿속에서 회전목마처럼 돌아간다. 모든 방향에 길이 있는 것 같은데,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지 모르겠다. 어린 시절, 놀이공원의 거울 미로에 들어간 적이 있다.

입구에서 오백 원짜리 동전을 내고, 형광등이 깜빡이는 좁은 통로로 발을 디뎠다.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왼쪽에도, 오른쪽에도, 앞에도 있었다. 처음에는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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