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안

『딥마인드』 네 살 천재 아이가 체스판 앞에서 던진 질문

네 살에 스스로 체스를 깨친 아이의 질문이 런던의 연구소를 거쳐 노벨 화학상에 닿기까지. 『딥마인드』가 붙든 세 개의 실과, 서울의 닷새를 맨 앞에 놓은 이유를 적었습니다.

『딥마인드』 네 살 천재 아이가 체스판 앞에서 던진 질문

『딥마인드』 네 살 천재 아이가 체스판 앞에서 던진 질문

런던 북부의 평범한 가정집, 네 살 아이가 부모가 체스를 두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어요. 아무도 말이 움직이는 규칙을 가르쳐 주지 않았어요. 그런데 아이는 어느새 그것을 스스로 깨치고 어른들의 판에 끼어들기 시작합니다. 열세 살에 또래 세계 최상위권 기사가 된 그 아이의 이름은 데미스 하사비스예요.

『딥마인드』는 그 아이가 평생 붙들게 되는 질문 하나에서 출발합니다. 나는 지금 어떻게 이 수를 떠올리고 있는가. 이 책은 그 질문이 런던의 작은 연구소를 거쳐 2024년 노벨 화학상에 닿는 15년을 따라가요.

첫 번째 실 — 지능을 풀면 나머지가 따라 풀린다

딥마인드가 창업 첫날 내건 목표는 게임을 잘 두는 기계가 아니었어요. 문제를 하나씩 푸는 대신 문제 푸는 능력 자체를 먼저 만들겠다는 것이었어요. 책은 이것을 지능 우선주의라고 불러요.

인간의 지능이 무엇인지 알아내고, 그것을 기계로 다시 만들어 낸다.

이 문장이 허풍이 아니었다는 증거가 단백질 접힘이에요. 반세기 동안 풀리지 않던 그 난제를 알파폴드가 풀어냈어요. 2024년 노벨 화학상이 거기서 나왔고, 아타리 게임을 하던 기계의 후손이 시상대에 선 셈이죠.

『딥마인드』 펼친 내지를 짚는 손

두 번째 실 — 닫힌 세계에서 열린 세계로

열일곱 살의 하사비스가 만든 게임은 놀이공원을 짓고 운영하는 시뮬레이션이었어요. 감자튀김에 소금을 더 뿌리면 손님이 목말라해요. 그 옆에 음료수 가게를 두면 매상이 오르는 세계였습니다.

게임은 장난이 아니라, 세계를 압축한 실험실이었다.

이 방식이 평생을 관통해요. 복잡한 현실을 통째로 다루기 어려우면 핵심만 남긴 작은 세계를 만들고, 거기서 찾은 원리를 현실로 가지고 나온다. 규칙이 또렷한 게임에서 자연의 문제로, 다시 현실로 한 칸씩 올라가는 사다리예요.

『딥마인드』 전자책 화면

[구분선]

세 번째 실 — 경계를 넘은 두 개의 수

2016년 서울의 닷새에서 사람들이 기억한 것은 4대 1이라는 점수였어요. 책이 붙드는 것은 그 안의 두 수예요. 둘째 판 37수에서 기계는 사람이 만 번에 한 번 둘까 말까 한 자리에 돌을 놓았고, 넷째 판 78수에서 이세돌은 기계가 거의 고려하지 않은 자리를 찾아냅니다.

두 수는 거울처럼 마주 본다.

한쪽에서 기계가 인간의 경계를 넘었고, 다른 쪽에서 인간이 기계의 경계를 넘었다는 뜻이에요. 이 대칭이 이 책의 중심에 있어요.

왜 서울의 닷새를 맨 앞에 놓았을까요

이 원고에서 퍼블리셔 여름가 가장 오래 붙든 결정은 장의 순서였어요. 시간 순서대로 가면 2010년 런던의 창업에서 시작해 2016년 서울은 중간쯤에 놓여요. 그런데 한국 독자에게 이 이야기의 입구는 분명히 서울이에요.

그래서 프롤로그를 2016년 3월에 두고 1부에서 네 살 아이의 질문으로 되감았어요. 5부 16장을 통과한 뒤 에필로그에서 다시 그 봄으로 돌아오는 구조고요.

가장 익숙한 장면에서 출발해 가장 낯선 계획으로 데려가는 길. 이 책에는 그 길이 맞았습니다.

『딥마인드』 책상 위의 정물

어떤 분께 권하고 어떤 분께 권하기 어려울까요

읽으면 좋을 분들이에요.

  • 인공지능 뉴스가 매일 쏟아지는데 서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느끼는 분
  • 알파고를 기억하지만 그 뒤에 무엇이 있었는지는 모르는 분
  • 기업의 15년을 한 편의 서사로 읽고 싶은 분

이런 분께는 권하기 어렵습니다.

  • 신경망 구조나 학습 방법을 수식으로 확인하고 싶은 분 — 이 책은 기술 해설서가 아니에요
  • 인공지능의 위험을 정면으로 다룬 책을 찾는 분 — 마지막 장에 나오지만 한 장 분량이에요

『딥마인드』 펼친 책과 창턱

자주 묻는 질문

알파고 대국을 기억하지 못해도 읽을 수 있나요

프롤로그가 그 닷새를 처음부터 다시 그려 주기 때문에 사전 지식은 필요하지 않아요. 바둑 규칙을 몰라도 읽는 데 지장이 없도록 용어가 처음 나올 때마다 풀어 두었어요.

데미스 하사비스 개인의 이야기인가요

절반은 그렇고 절반은 아니라고 답하고 싶어요. 네 살의 체스판에서 출발하기는 해요. 다만 구글과의 협상이나 창업자들이 갈라서는 대목처럼 회사의 결정이 더 큰 자리를 차지합니다.

퍼블리셔 여름가 이 책에서 가장 오래 들여다본 문장은 에필로그의 마지막 두 줄이에요.

서른일곱 번째 수는, 이미 놓였다. 다음 수는, 우리 차례다.

기계가 낯선 수를 두는 날이 이미 왔다면 남은 질문은 하나예요.

우리는 무엇을 둘 것인가. 그 답을 찾고 싶은 분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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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마인드』 전자책 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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